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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쉴 시간이야, 잠시나마
넌 충분히 흥분했었어
이른 저녁, 낮과 밤의 중간 지점
방안에 여기 저기 개똥벌레들이 반짝이고
여름의 깊은 달콤함이
열린 창문을 가득 채우고 있어
더 이상 생각하지 마
내 숨소리를 들어봐, 네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봐
개똥벌레들처럼, 작은 호흡마다
불꽃 속에 드러나는 세상들
여름밤 동안 나는 네게 긴 노래를 불러주었지
결국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나야, 세상은 널 변함없이 지탱해줄 비전을 줄 수 없어
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 사람은
침묵과 어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스 엘리자베스 글릭의 풀리처상 수상작 '야생 붓꽃' 시집 중
임혜신 시인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_루이스 글릭<눈풀꽃>(류시화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