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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기 할머니!

달구미 2020. 7. 7. 15:12

미국 하와이주 매컬리 모일릴리 도서관에는 3만권이 넘는 한국 서적이 비치돼 있다. 미국 50주 주립 도서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그 배경에는 김숙기(79) 할머니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여섯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6•25전쟁과 가난 때문에 배화여중을 중퇴했다. 신문과 역사책을 읽어가며 독학을 계속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먹고살 만해질 무렵 하와이 여행을 갔다가 현지 교포였던 남편 문유진 (85) 씨를 만났다. 1981년 결혼하고 1986년 장신구 가게를 차려 남편을 도우며 생업을 꾸려나갔다.
어느날 신문에서 하와이주의 예산 삭감으로 한국어 서적 구입•관리비 2300달러 전액이 중단된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담당 공무원을 찾아갔다. "한국인은 소수 인종인 데다 책을 빌려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책이 없지 않으냐. 곰팡 슨것을 누가 빌려가겠느냐,, 소수 인종이라면서 세금은 왜 걷어가는 거냐" 고 따졌다.
"한국어 도서 구입비로 써달라"며 2500달러를 내놓고 도서관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엔 서울에서700여 권을 구입해 실어날랐다. 교보문고를 설득해 할인 가격을 얻어 내고 대한항공으로부터 무료 배송을 약속 받았다. 포항 제철은 5만5천달러의 기부금을 제공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책 제목을 영어로 번역하고 분류 정리를 했다.
김 할머니 부부는 오랜 기간 암과 투병해왔다.
죽음이 가까웠다고 예감했는지 2017년 김 할머니 부부는 평생 모은 재산 100만달러를 한국 도서 구입비로 써 달라며 도서관에 기부했다. 이 도서관의 일본•중국 서적은 지금도 각각 200 여 권에 불과하다.
김 할머니는 오랜 투병 끝에 지난 5월 25일 돌아가셨다.